수경재배기에 입문한 초보자들의 첫 파종 사진을 보면, 하나의 좁은 수조 위에 상추, 바질, 토마토, 심지어 고추 씨앗까지 종류별로 다 심어놓은 기괴한 '짬짜면' 세팅을 자랑스레 올려놓는다. 매일 아침 다양한 채소를 뜯어 완벽한 샐러드 볼을 만들겠다는 그 얄팍한 상상력 앞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온다. 나 역시 첫 수경재배기를 들였을 때, 12구짜리 포트에 6종류의 식물을 욱여넣고 다채로운 정글이 펼쳐질 것이라 자위했다. 하지만 3주 뒤, 성장 속도가 미친 듯이 빠른 바질이 다른 식물들의 빛을 모두 가려버렸고, 비료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토마토 때문에 상추들은 영양실조로 노랗게 타들어 갔다. 1인 가구의 좁은 수조 안에서 종(種)이 다른 식물들을 합사시키는 것은, 사자와 토끼를 같은 우리에 가두고 평화롭게 밥을 나눠 먹길 바라는 미친 짓이다.
다양성의 함정, 하나의 수조에는 오직 '하나의 레시피'만 존재한다
수경재배는 흙이라는 거대한 완충 지대가 없는 캄캄한 물속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식물은 종류마다 생존에 필요한 물의 산성도(pH), 비료의 농도(EC), 그리고 빛을 요구하는 시간이 완벽하게 다르다.
바질은 EC 2.0 이상의 고농도 비료를 맹렬하게 흡수하며 뜨거운 빛을 갈구하는 폭식가다. 반면, 여린 잎을 가진 상추는 EC 1.5만 넘어가도 뿌리가 타들어가며, 서늘한 기운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을 하나의 양액 수조에 담그고 똑같은 비료물을 마시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양액 농도 (EC) 세팅 | 바질 (고농도 요구)의 반응 | 상추 (저농도 요구)의 반응 | 최종 결과 |
|---|---|---|---|
| EC 1.2 (상추에 맞춤) | 심각한 영양결핍, 잎이 쪼그라들고 노랗게 변함 | 정상적인 생장 | 바질의 아사(餓死) 및 수조 전체 밸런스 붕괴 |
| EC 2.0 (바질에 맞춤) | 폭발적인 성장, 다른 식물의 빛을 가림 | 비료염 과다로 뿌리가 썩고 잎끝이 타들어 감 | 상추의 궤멸 (삼투압 쇼크) |
| EC 1.6 (어설픈 타협점) | 만성적인 영양결핍으로 향기가 사라짐 | 생장 속도 둔화, 잎이 뻣뻣하고 써짐 | 모두가 불행한 하향 평준화 |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두 가지 생육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마법의 중간값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설픈 타협은 결국 두 식물 모두를 기형적인 불구로 만든다. 진정한 플랜테크 고수는 10개의 포트가 있다면 10개 모두 정확히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단일 품종으로 통일한다. 오직 단일 품종으로만 집단을 구성해야, 양액의 농도와 조명의 높이를 소수점 단위까지 완벽하게 통제하여 수확량의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채로운 식탁을 원한다면 차라리 식물별로 수경재배기를 분리해서 세팅해라. 하나의 수조 안에서 다양성을 부르짖는 것은 당신의 무지와 게으름을 포장하는 알량한 변명일 뿐이다.
빈 구멍의 공포를 견뎌라, '밀식(密植)'이 부르는 곰팡이 지옥
방구석 농부들의 탐욕은 '혼합 식재'에서 멈추지 않는다. 12개의 구멍이 뚫린 수경재배기를 사면, 마치 강박증 환자처럼 12개의 구멍 모두에 씨앗을 쑤셔 넣고 단 하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으려 든다. 어린 새싹일 때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보일지 모르지만, 파종 후 3주가 넘어 식물의 잎사귀가 성인 손바닥만 해지기 시작하면 그 빽빽한 배열은 곧 끔찍한 생체 감옥으로 돌변한다.
식물은 빛을 차지하기 위해 옆에 있는 동족보다 더 크고 넓게 잎을 뻗으려는 잔혹한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빽빽하게 심어진(밀식) 식물들은 서로의 잎을 짓누르며 위로만 기형적으로 웃자라기 시작하고, 잎과 잎이 겹친 사이의 공간은 완벽한 밀실이 된다. 서큘레이터를 아무리 강하게 틀어대도 그 겹겹이 쌓인 이파리 장벽을 뚫고 내부까지 바람이 도달할 확률은 제로다. 바람이 끊긴 잎사귀의 표면은 식물이 뿜어낸 수증기로 인해 상대습도 100%의 축축한 늪이 되고, 단 며칠 만에 치명적인 흰가루병과 잿빛곰팡이병이 방 전체로 폭발적으로 번져나간다.
자연의 노지에서는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오지만, 좁은 1인 가구의 방 안에서는 식물 사이의 '여백'만이 유일한 통풍구다. 12구짜리 수경재배기를 샀다면 절반인 6개의 구멍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빈틈으로 남겨두는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하나라도 더 먹겠다는 얄팍한 식탐으로 구멍을 꽉꽉 채우는 순간, 당신은 상추 대신 시커먼 곰팡이 포자를 수확하게 될 것이다. 빈 구멍을 낭비라 생각하지 마라. 그 텅 빈 공간이야말로 식물의 숨통을 틔워주고 전체 생태계의 질병을 막아주는 가장 비싸고 중요한 '생존 텍스(Tax)'다.
약자 생존은 없다, 성장이 뒤처진 개체를 솎아내는 서늘한 결단
동일한 품종을 똑같은 날짜에 파종했음에도, 일주일만 지나면 유독 성장이 뒤처지고 잎이 누렇게 뜨는 열성 개체(Runt)들이 반드시 나타난다. 이때 마음 약한 초보자들은 그 불쌍한 개체를 살려보겠다며 조명 바로 밑으로 자리를 옮겨주거나 따로 영양제를 챙겨 먹이는 헛짓거리를 한다. 방구석의 수조 안은 약자를 보듬어 안는 복지 국가가 아니다. 정해진 자원(빛과 양액)을 두고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야 하는 차가운 투기장이다.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거나 초기 뿌리 활착에 실패하여 성장이 멈춘 개체는, 이미 주변의 건강한 식물들과의 빛 경쟁에서 완벽하게 도태된 상태다. 그 녀석을 억지로 살려둔다고 해서 갑자기 폭풍 성장하여 수확의 기쁨을 안겨줄 확률은 수학적으로 0에 수렴한다. 오히려 그 썩어가는 뿌리는 수조 전체의 물을 오염시키고 피티움균(뿌리썩음병)을 불러들여 옆에 있는 건강한 에이스 식물들까지 모조리 저승으로 끌고 가는 치명적인 트로이 목마가 된다.
본잎이 3~4장 나오는 시점에 크기가 유독 작거나 색깔이 탁한 녀석이 눈에 띄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뿌리째 뽑아 쓰레기통에 던져버려라. 농사에서 이를 '솎아내기(Thinning)'라 부르지만, 나는 이를 '냉혹한 도태'라 부른다. 하나의 생명에 집착하여 무리한 연명 치료를 고집하는 당신의 알량한 온정주의가, 전체 수조의 생태계를 파멸로 이끄는 가장 악랄한 이기심임을 뼈저리게 직시해야 한다. 생명을 지배하려면, 기꺼이 그 생명의 싹을 잘라내는 서늘한 사신(死神)의 역할도 감당해야만 한다.
📝 니우맘의 노트
초보 시절, 10구짜리 수경재배기에 상추와 토마토를 섞어 심어놓고 매일 아침 어떤 녀석이 더 자랐는지 흐뭇하게 들여다보던 내 무지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결국 영양 결핍으로 잎이 하얗게 말라비틀어진 상추들을 쓰레기봉투에 처넣으며, 좁은 방구석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생명의 크기가 얼마나 편협한지 인정해야만 했죠. 지금 내 방 한구석의 수조에는 오직 단일 품종의 로메인 상추만이 듬성듬성 자리를 차지한 채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다채로운 정글을 향한 허영심을 비워내고 텅 빈 구멍을 기꺼이 인내할 때, 비로소 이 작은 생태계의 완벽한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곱씹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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