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수경재배의 민낯: 인스타그램 감성에 가려진 양액과 녹조의 처절한 사투

 

디지털 pH 측정기와 EC 미터기를 이용해 양액 수조의 농도를 0.1 단위로 세밀하게 맞추고 있는 전문가의 모습

 

투명한 유리병의 낭만은 쓰레기통행 티켓이다

SNS를 도배하고 있는 플랜테크 인플루언서들의 사진을 보면 헛웃음이 먼저 나온다. 투명하고 예쁜 유리병 안에 식물을 꽂아두고, 햇살이 부서지는 창가에 둔 그 작위적인 연출 말이다. 5년 전, 나 역시 그 알량한 감성에 속아 고가의 크리스털 화병에 바질을 꽂아두었다가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그 맑았던 물은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는 진녹색 늪으로 변했고, 하얗게 뻗어나가야 할 뿌리는 녹조류에 얽혀 검게 썩어 들어갔다. 생명을 다루는 판에서 무지는 곧 살생이다.

물, 빛, 그리고 영양분. 이 세 가지가 만나는 곳에는 반드시 녹조가 폭발한다. 자연 상태에서 식물의 뿌리는 캄캄한 흙 속, 즉 완벽한 '암실'에 존재한다. 그런데 인간의 얄팍한 시각적 만족을 위해 뿌리를 벌거벗겨 강렬한 태양광 아래 방치하는 것은 고문에 가깝다. 투명한 용기는 수경재배의 금기 중의 금기다. 진정으로 식물을 살리고 싶다면 당장 그 예쁜 유리병부터 검은색 테이프나 은박지로 칭칭 감아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라. 미관을 해친다고 불평할 시간에 뿌리가 호흡할 수 있는 어둠을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전문가의 태도다. 식물은 당신의 인테리어 소품이 아니라 치열하게 생존투쟁을 벌이는 유기체다. 뿌리를 가리는 그 투박함이야말로 플랜테크의 진짜 시작점이다.

 

수확의 기쁨을 누리기 직전, 잎 가장자리가 타들어가는 팁번(Tip-burn) 현상이 발생한 씁쓸한 상추의 클로즈업 사진

 

'무한리필 양액'이라는 달콤한 거짓말

초보자들이 두 번째로 착각하는 지점은 바로 '양액(영양제)'의 투여 방식이다. 마트에서 파는 천 원짜리 범용 영양제를 물에 대충 타서 주면 식물이 폭풍 성장할 것이라 믿는가? 그것은 식물에게 매일 정크푸드를 강제로 먹이는 것과 다름없다. 수경재배에서 양액은 흙을 대체하는 유일한 생명줄이다. 나는 과거에 양액의 농도를 눈대중으로 맞추다가 멀쩡하던 상추밭을 하루아침에 누렇게 태워버린 뼈아픈 경험이 있다. 비료염이 뿌리에 축적되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삼투압 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나서야, 나는 저울과 측정기를 신앙처럼 모시게 되었다.

제대로 된 실내 수경재배를 하려면 최소한 pH(산성도)와 EC(전기전도도)라는 두 가지 축을 완벽하게 통제해야 한다. 각 식물은 자신이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고유의 pH 대역이 정해져 있다. 이것을 무시하고 무작정 영양제만 들이붓는 것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입을 틀어막는 것과 같다.

  1. EC(전기전도도)의 맹신 금지: 비료를 많이 녹일수록 EC 수치는 올라가지만, 식물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는 순간 뿌리는 타들어 간다. 생육 주기별로 EC 값을 조절하는 세밀함이 필수다.
  2. pH(산성도)의 치명성: 대부분의 엽채류는 pH 5.5에서 6.5 사이의 약산성에서 양분 흡수율이 최고조에 달한다. 수돗물의 알칼리성을 그대로 방치하면 철분이나 칼슘 결핍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3. 주기적인 양액 교체: 물이 줄어들 때마다 새로운 양액을 보충하기만 하는 것은 독소를 농축시키는 행위다. 최소 2주에 한 번은 남은 물을 전부 버리고 수조를 세척한 뒤 새로운 양액을 채워야 한다.

이러한 통제 과정이 귀찮다면 당장 플랜테크를 접어라. 양액 관리는 과학이자 수학이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규율이다.

 

 

방구석 농장의 수확량, 가성비의 환상을 깨다

실내 수경재배를 시작하는 1인 가구 열에 아홉은 "이걸로 식비를 아껴보겠다"는 얄팍한 계산기를 두드린다. 상추 몇 포기 키워서 삼겹살 파티를 하겠다는 그 순진한 발상에 찬물을 끼얹겠다. 단언컨대, 당신이 좁은 원룸에서 키워내는 작물의 경제적 가치는 당신이 투자한 장비값과 전기세, 그리고 매일 쏟아부은 노동력에 비하면 한참 적자다. 내가 5년간 데이터를 기록하며 내린 판단은 명확하다. 실내 농업은 가성비를 따지는 순간 가장 미련한 취미가 된다.

진짜 플랜테크의 가치는 마트 영수증의 숫자를 줄이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통제 불가능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내 의지대로 생육 환경을 조작하고 그 결과를 눈앞에서 증명해 내는 '완벽한 통제감'을 얻는 데 있다. 수확량에 집착하면 필연적으로 무리수를 두게 된다. 더 빨리 키우기 위해 양액 농도를 높이고, 조명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다가 결국 식물은 스트레스로 인해 팁번(Tip-burn, 잎끝이 타는 현상)을 앓거나 추대(꽃대가 일찍 올라오는 현상)가 발생해 쓴맛만 남기고 죽어버린다.

가성비의 환상에서 벗어나라. 우리는 식탁에 올릴 반찬을 구걸하기 위해 이 복잡한 시스템을 방 안에 들인 것이 아니다. 거대한 자연의 메커니즘을 1평 남짓한 내 방 안으로 축소해, 데이터로 생명을 길러내는 창조자의 위치에 서기 위함이다. 마트에서 파는 천 원짜리 상추 한 봉지보다, 내가 세팅한 pH와 EC 값에 정확히 반응하며 자라난 잎사귀 한 장의 무게가 훨씬 무겁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비로소 실내 농업의 진짜 궤도에 오른 것이다.

📝 니우맘의 노트

과거 수조에 낀 지독한 녹조를 수세미로 벅벅 문질러 닦아내며 느꼈던 지독한 자괴감이 떠오릅니다. 생명을 기른다는 명목 아래 얼마나 많은 식물을 나의 무지로 질식시켰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화려한 결과물 이면에는 매일 물의 산성도를 측정하고 빛을 차단하는 지난한 노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내 방 한구석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는 수경재배기의 양액 탱크를 비우고, 가장 깨끗한 물로 새로 채워주는 기본부터 다시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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