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의 저주: 실내 수경재배의 숨겨진 막노동과 뿌리 썩음의 공포

 

물때와 정체불명의 갈색 슬라임으로 꽉 막혀 작동을 멈춘 소형 수중 펌프와, 그 주변에 고인 탁하고 악취 나는 양액

 

'스마트'라는 마케팅 용어에 속아 수중 펌프를 맹신한 대가

스마트폰 앱으로 물 순환 주기를 제어하고,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자동화 수경재배기를 들여놓고 쾌재를 불렀던 때가 있었다. 3박 4일의 짧은 출장을 마치고 원룸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반긴 것은 싱그러운 풀내음이 아니라 하수구 역류를 의심케 하는 지독한 시궁창 냄새였다.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그 잘난 '스마트 펌프'에 있었다. 양액 속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미생물 사체와 비료 찌꺼기, 즉 바이오필름(Biofilm, 물때)이 펌프의 미세한 필터를 완전히 틀어막아 버린 것이다.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고여버린 단 3일 동안, 30도가 육박하는 좁고 더운 실내에서 내 식물들의 뿌리는 حرف 그대로 펄펄 끓는 독탕 속에서 질식해 죽어갔다.

앱에서 펌프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파란색 알림 불빛을 띄워줄 때, 실제 수조 안에서는 모터가 슬라임에 엉켜 헛돌며 온도를 미친 듯이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계는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플랜테크 시장에서 떠드는 '자동화'는 당신의 귀찮음을 합리화해 주는 마케팅 상술일 뿐, 생명을 방치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아니다. 수중 펌프는 기적의 심장이 아니라 언제든 오물로 막혀버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진정한 전문가라면 앱의 알림을 믿는 대신, 매일 아침 수조의 뚜껑을 열어 물이 제대로 흐르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모터의 미세한 진동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첨단 기술이라는 껍데기 아래 숨겨진 물리적인 오염의 가능성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수경재배기는 그저 비싼 쓰레기통에 불과하다.

 

겉보기엔 싱싱한 잎사귀를 가진 식물이지만, 수조 밖으로 들어 올렸을 때 갈색 젤리처럼 녹아내리며 악취를 풍기는 끔찍한 부패 뿌리의 클로즈업

 

하얀 뿌리 강박증과 피티움(Pythium) 균의 자비 없는 학살

수경재배 초보자들은 오직 눈에 보이는 녹색 잎사귀의 크기에만 집착한다. 잎이 넓어지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바쁘지만, 진짜 치열한 생존의 전쟁터는 뚜껑 아래 캄캄한 수조 속이다. 어느 날 식물의 성장이 묘하게 둔해지고 잎이 미세하게 처지는 느낌이 든다면, 이미 수조 안에서는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뿌리가 미색을 잃고 옅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할 때 즉시 개입하지 않으면, 다음 날 뿌리는 콧물처럼 끈적거리는 갈색 젤리 덩어리로 녹아내린다. 실내 수경재배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피티움(Pythium) 등 뿌리 썩음병 원인균이 창궐한 것이다.

이 끔찍한 병변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설정된 '실내 온도'에서 비롯된다. 1인 가구의 좁은 방, 특히 겨울철 난방이 빵빵하게 돌아가거나 여름철 환기가 안 되는 방의 수온은 25도를 우습게 돌파한다. 수온이 올라가면 물속의 용존산소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혐기성 곰팡이와 병원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하기 시작한다. 뿌리 건강을 지키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수칙을 고수한다.

  • 수온의 절대 방어: 양액의 온도는 무조건 20도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 한여름에는 수조에 얼린 페트병을 띄우는 수고로움조차 감수해야만 뿌리의 괴사를 막을 수 있다.
  • 후각의 예민화: 건강한 수경재배 수조에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거나 아주 옅은 흙내음만 나야 한다. 뚜껑을 열었을 때 쉰내나 썩은 감자 냄새가 스친다면 이미 균이 장악했다는 신호다.
  • 미생물 전쟁의 활용: 화학 농약 대신 바실러스 서브틸리스(Bacillus subtilis) 같은 유익균을 양액에 주기적으로 투여하여 병원균이 증식할 공간 자체를 선점해 버리는 전략을 쓴다.

당신이 기르는 것은 식물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미생물 생태계다. 물이 맑아 보인다고 해서 깨끗한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 하얗고 풍성하게 뻗은 건강한 뿌리를 유지하는 것은 식물 재배의 결과가 아니라, 물속의 보이지 않는 균들과 싸워 이긴 자에게만 주어지는 전리품이다.

 

플랜테크의 진짜 기술(Tech)은 스마트폰이 아닌 '락스와 칫솔'에 있다

한 번의 작물 수확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곧바로 새로운 씨앗을 스펀지에 꽂을 생각부터 한다. 이 오만함이 다음 농사를 100% 망치는 지름길이다. 겉보기에 멀쩡해 보이는 플라스틱 파이프나 수조의 내벽에는 이전 작물이 남긴 미세한 유기물 찌꺼기와 보이지 않는 병원균 포자들이 지독하게 달라붙어 있다. 대충 물로 헹구고 새 양액을 채워 넣는 순간, 새로 들어간 어린 모종은 그 균들에게 완벽한 먹잇감이 되어 며칠 내로 전멸한다.

화려한 플랜테크의 이면에는 지독한 막노동이 숨어 있다. 진정한 수경재배의 '기술(Tech)'은 시스템을 뼈대까지 모조리 분해하여 완벽하게 멸균하는 그 처절한 과정에 있다. 나는 수확이 끝난 주말이면 좁은 화장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내가 만든 이 거추장스러운 시스템을 저주하며 세척 작업을 시작한다.

  1. 완전 분해와 물리적 타격: 펌프의 임펠러(날개)까지 전부 분해한 뒤, 칫솔과 파이프 전용 솔을 이용해 구석에 낀 갈색 물때를 물리적으로 벅벅 긁어내야 한다.
  2. 화학적 살균 (락스 목욕): 일반 주방 세제로는 어림없다. 물과 락스를 100:1 비율로 희석한 물에 모든 부품을 최소 2시간 이상 푹 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 포자까지 확실하게 박멸한다.
  3. 잔류 염소 제거와 건조: 락스 성분이 남으면 새 식물에 치명적이므로, 깨끗한 물로 여러 번 헹궈낸 뒤 햇빛 아래에서 바싹 말려 건조 살균까지 마무리한다.

이 과정에서 손끝이 짓무르고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겪다 보면, 식물을 키운다는 낭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하지만 이 혹독한 리셋(Reset) 과정을 타협 없이 수행해 내는 독기만이 다음 수확을 보장한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우아하게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라. 진짜 플랜테크는 독한 락스 냄새와 닳아빠진 칫솔 끝에서 완성된다.

📝 니우맘의 노트

귀찮다는 핑계로 세척을 미루다가 애지중지 키운 로메인 상추 20포기가 하룻밤 새 썩어 문드러졌던 그날의 악취가 아직도 코끝을 맴돕니다. 기계가 내 게으름을 대신해 줄 것이라 믿었던 과거의 오만함이 부끄러워지네요. 생명을 곁에 둔다는 것은, 그 생명이 살충제나 약물 없이 온전히 자랄 수 있도록 내 손으로 직접 오물을 닦아내는 거칠고 원초적인 노동을 기꺼이 감내하는 일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고무장갑을 낀 채 수조 깊숙한 곳의 찌든 때를 마주하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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