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 씨앗 묶음에 당신의 석 달을 배팅하는 멍청한 짓
수경재배 커뮤니티를 보면 동네 생활용품점이나 마트에서 집어 온 천 원짜리 혼합 씨앗 봉투를 자랑스레 인증하는 초보자들이 널려 있다. 나는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예정된 참담한 미래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3년 전, 나 역시 호기심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저가형 바질 씨앗을 파종했다가, 잎이 기형적으로 꼬이고 향기도 나지 않는 정체불명의 잡초를 석 달 내내 애지중지 키웠던 뼈아픈 수치심을 가지고 있다. 실내 수경재배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식물의 잠재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고도의 기술 집약적 행위다. 최고급 양액을 타고, 수십만 원짜리 식물 생장용 LED를 비추며, 24시간 환기를 시켜주는 그 비싼 '환경'을 고작 유전적 결함이 가득한 싸구려 씨앗에 쏟아붓는 것은 포르쉐에 폐식용유를 주유하는 것과 같은 기만행위다.
식물의 형태, 성장 속도, 병해충 저항성은 이미 좁쌀만 한 씨앗의 DNA에 90% 이상 세팅되어 있다. 환경은 나머지 10%의 발현을 도울 뿐이다. 진정한 실내 농업 전문가라면 종자(Seed)의 출처와 코팅 여부를 병적으로 집착해야 한다. 나는 발아율이 불규칙한 일반 솜털 씨앗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오직 점토로 둥글게 코팅되어 크기가 균일하고 발아율이 99%에 육박하는 '코팅 종자(Pelleted Seed)'만을 취급한다.
- 일반 저가형 씨앗: 보관 상태를 알 수 없어 발아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며, 잡교배가 일어나 내가 원하는 품종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 전문가용 코팅 종자: 파종 시 핀셋으로 정확히 한 알씩 컨트롤이 가능하며, 곰팡이 방지 처리가 되어 있어 젖은 스펀지 위에서도 썩지 않고 완벽하게 뿌리를 내린다.
- F1 교배종의 중요성: 실내라는 척박한 환경을 견디려면, 잎이 두껍고 웃자람이 덜하도록 유전적으로 설계된 최상급 F1 종자를 구하는 데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씨앗 구매 비용을 아끼려다 당신의 금쪽같은 전기세, 양액 값, 그리고 매일 아침 수조를 들여다본 수백 시간의 노동력을 시궁창에 버리지 마라. 1평짜리 방구석 농장일수록 출발점의 퀄리티가 전체 수확의 질을 완벽하게 지배한다.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의 알량한 온정주의가 농장을 파멸시킨다
플랜테크를 '반려 식물'이라는 감성적인 단어로 포장하는 트렌드가 초보자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잎사귀 뒷면에 응애(Spider mite)가 하얗게 알을 까고, 뿌리가 갈색으로 썩어 들어가는데도 "불쌍해서 못 버리겠어"라며 천연 살충제를 뿌려가며 목숨을 연장하려는 그 얄팍한 온정주의를 당장 쓰레기통에 처넣어라. 밀폐된 1인 가구의 방 안에서, 하나의 수조를 공유하는 수경재배 시스템은 철저한 공동 운명체다. 병든 개체 하나를 살리겠다고 방치하는 그 하루 동안, 곰팡이 포자와 해충은 환풍기의 바람을 타고 반경 2미터 안의 모든 건강한 식물을 완벽하게 초토화시킨다. 나는 과거에 병든 상추 한 포기를 격리하지 않고 살려보려다, 40구짜리 수경재배기 전체를 락스물로 엎어야 했던 끔찍한 전멸을 경험했다.
실내 농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 아니라, 가망 없는 생명을 가차 없이 뽑아버리는 '냉혹한 안락사(도태)'의 결단력이다. 식물이 아프다는 것은 환경 통제에 실패한 내 무능의 결과물이다. 그 실패의 증거물을 눈앞에 두고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 따위는 없다.
| 대응 방식 | 소요 시간 및 비용 | 타 개체 전염 확률 | 최종 결과 |
|---|---|---|---|
| 병든 식물 치료 시도 | 수주간의 시간 낭비, 약제 비용 발생 | 95% 이상 (치명적) | 농장 전체 궤멸 및 시스템 재세척 |
| 발견 즉시 즉각 폐기 (안락사) | 단 1분, 비용 0원 | 5% 미만 (완벽한 차단) | 잔여 생태계 보존 및 즉각적인 재파종 |
조금이라도 성장이 뒤처지거나 잎의 색깔이 변한 개체가 보이면, 그 즉시 뿌리째 뽑아 검은 비닐봉지에 밀봉해 버려라. 그리고 빈자리에는 이미 발아를 끝내고 대기 중인 건강한 모종을 즉각 투입해야 한다. 좁은 실내 공간에서 공간의 공백은 곧 엄청난 유지비의 낭비다. 하나의 생명에 집착하는 것은 식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농장의 전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지독한 이기심일 뿐이다.
우리가 씹어 삼켜야 할 것은 상추가 아니라 쓰디쓴 '데스 로그(Death Log)'다
식물을 다 키워내고 첫 수확을 하던 날, 삼겹살에 직접 키운 상추를 싸 먹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는 삼류 수필 같은 감상평은 집어치우자. 냉정하게 말해서 그 상추를 먹어 치우는 데는 고작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두 달간의 전기세와 내 육체노동의 대가가 고작 그 5분의 미각적 유희로 끝난다면, 플랜테크는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거리다. 수확물을 위장에 털어 넣고 나면 텅 빈 수조만 남는다. 그 지독한 허무함 속에서 실내 농업의 진짜 가치가 빛을 발한다.
우리가 실내 수경재배를 통해 진정으로 수확해야 하는 것은 채소가 아니라 '데이터(Data)'다. 왜 이번 작물은 잎 가장자리가 탔는지, 수온이 25도를 넘겼을 때 뿌리의 색깔이 어떻게 변했는지, pH가 6.5를 초과했을 때 철분 결핍이 며칠 만에 나타났는지를 기록해야 한다. 나는 이 기록을 '데스 로그(Death Log)', 즉 죽음의 일지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사진첩에 예쁘게 자란 식물 사진만 가득하다면 당신은 영원한 하수다. 진정한 고수의 노트에는 식물이 썩어가는 과정, 해충이 번식한 경로, 양액 배합의 뼈아픈 실패율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 실패의 데이터가 쌓여 나만의 '생육 알고리즘'이 완성될 때, 비로소 우리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내 방 안의 생태계를 지배하는 완벽한 통제자가 된다. 식물을 입으로 씹어 삼키는 것에 만족하지 마라. 그 녀석이 죽어가며 남긴 그 참담한 실패의 기록들을 머리로 씹어 삼키고 철저하게 분석하라. 그것만이 1인 가구의 좁은 방에서 플랜테크라는 거창한 취미를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다.
📝 니우맘의 노트
오늘 아침에도 잎 끝에 미세한 반점이 생긴 바질 두 포기를 가차 없이 뽑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습니다. 내 손으로 틔운 생명을 스스로 끊어내는 일은 5년이 지난 지금도 결코 유쾌하지 않은 씁쓸함을 남깁니다. 하지만 나의 알량한 망설임이 전체의 파국을 불러온다는 것을 과거의 수많은 실패를 통해 배웠기에 애써 시선을 돌립니다. 화려한 수확의 사진을 SNS에 올리는 대신, 오늘 녀석들을 폐기해야만 했던 원인을 엑셀 시트에 덤덤히 타건하며 스스로의 오만함을 다시 한번 짓누르는 밤입니다.


0 댓글
질문은 환영! 욕설, 홍보성 댓글은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