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라는 위선, 수경재배는 완벽한 화학 공학이다
실내 수경재배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보면 "가족이 먹을 거니 천연 유기농 비료나 EM 발효액을 물에 타서 키우겠다"는 순진무구한 글들을 마주하게 된다. 나는 그런 글을 볼 때마다 그들의 수조가 일주일 뒤 썩은 하수구로 돌변할 미래가 훤히 보여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누른다. 4년 전, 나 역시 내 몸에 티끌만 한 화학물질도 넣지 않겠다는 알량한 힙스터 감성에 취해 고가의 해초 추출물과 천연 발효액을 양액 탱크에 들이부은 적이 있다. 단 이틀 만에 내 방은 시체를 방치한 듯한 지독한 암모니아 가스로 가득 찼고, 수조 안은 정체불명의 갈색 거품과 구더기 떼가 들끓는 지옥으로 변모했다.
기억해라. 수경재배에 '유기농'이나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들이미는 것은 무지의 극치다. 흙 속에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무기태 이온으로 바꿔주는 수억 마리의 토양 미생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미생물 생태계가 없는 맹물에 유기물을 투여하는 행위는, 식물에게 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물을 부패시키는 완벽한 오염 공정일 뿐이다. 진정한 플랜테크는 순도 99%로 정제된 질소, 인산, 칼륨(NPK) 등의 화학 무기염을 식물의 생육 단계에 맞춰 0.1그램 단위로 조제하는 냉혹한 '화학 공학'이다. 중금속과 미세플라스틱에 찌든 출처 모를 흙에서 자란 이파리보다, 내가 직접 전자저울로 계량하여 완벽하게 통제된 화학 양액으로 키워낸 상추가 수백 배는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 얄팍한 자연주의 감성에 속아 수조에 썩은 물을 들이붓는 촌극을 당장 멈춰라.
1인 가구의 3박 4일 휴가, 수조를 사해(死海)로 만드는 삼투압의 역습
1인 가구의 삶은 불규칙하다. 주말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떠나는 3박 4일의 여행, 혹은 밤샘 야근으로 인한 부재. 흙 화분이라면 출발 전 물을 흠뻑 주고 가면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강렬한 LED 조명이 쏟아지는 수경재배 시스템에서 주인의 방치는 곧 식물을 소금물에 절여 죽이는 참혹한 고문이다. 나는 과거 제주도로 4일간 출장을 다녀온 뒤, 바싹 말라 비틀어진 루꼴라 밭을 보며 경악했다. 물이 부족해서 말라 죽은 것이 아니었다. 수조 안에는 분명 물이 남아있었지만, 식물은 심각한 탈수 증세로 궤멸해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증발'과 '비료 농도(EC)의 폭주'에 있다. 덥고 건조한 실내에서 조명 열기까지 더해지면 수조의 수분은 미친 듯이 증발한다. 하지만 물이 증발할 때 양액 속에 녹아있는 무거운 비료염(미네랄)은 증발하지 않고 고스란히 물속에 남는다.
| 부재 기간 | 잔여 수량 (10L 기준) | 양액 농도 (EC 변화) | 식물 뿌리의 물리적 상태 |
|---|---|---|---|
| 1일 차 (정상) | 10L (100%) | EC 1.5 (정상 흡수) | 흰색, 활발한 수분 흡수 |
| 3일 차 (위험) | 5L (50% 증발) | EC 3.0 (농도 2배 폭등) | 양분 흡수 정지, 뿌리 갈변 시작 |
| 5일 차 (치명적) | 2L (80% 증발) | EC 7.5 이상 (사해 수준) | 역삼투압 발생, 체액 탈수 및 즉각 괴사 |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남은 물의 비료 농도는 정확히 두 배로 폭등한다. EC 수치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끔찍한 물리 법칙이 작동한다. 삼투압 현상이 역전되어, 뿌리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고농도의 양액이 식물 체내의 수분을 수조 쪽으로 쥐어짜 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이 바닷가에서 낭만을 즐기는 동안, 방 안의 식물들은 농축된 염산 같은 물속에서 피를 토하며 절여지고 있었던 셈이다. 집을 비워야 한다면 조명 출력을 최소화하고 맹물을 가득 채워 농도를 강제로 낮춰놓는 것이 생명을 살리는 유일한 방어선이다.
미련한 연명 치료를 멈춰라, '시스템 셧다운'의 미학
처음 파종을 하고 한 달 남짓 지나면 식물은 가장 부드럽고 맛있는 잎을 내어준다. 문제는 그 이후다. 1인 가구 초보자들은 자신이 창조해 낸 생명이라는 알량한 애착에 빠져, 식물이 수명을 다해 가는데도 밑동의 잎만 뜯어내며 야자수처럼 기괴한 형태로 방치한다. 두 달이 넘어간 엽채류는 생존을 위해 줄기를 나무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목질화를 진행하고, 이내 번식을 위해 꽃대(추대)를 밀어 올린다. 이 시점부터 식물은 모든 에너지를 꽃과 씨앗을 만드는 데 쏟아붓기 때문에, 잎사귀에는 지독하게 쓴맛이 도는 하얀 진액이 차오르며 식용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다.
플랜테크의 고수는 파종하는 날짜만큼이나 시스템의 전원을 내려버리는 '셧다운(Shutdown)'의 타이밍을 예리하게 잡는다. 잎이 질겨지고 양액 소모량이 비정상적으로 널뛰기 시작하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전체 식물을 밑동째 뽑아버린다. 징그럽게 늘어진 늙은 식물을 억지로 연명시키는 것은 귀한 공간과 전기세를 낭비하는 최악의 비효율이다. 실내 수경재배는 자연의 사계절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여한 통제된 타임라인 안에서 철저히 소비되고 폐기되어야 한다.
시스템을 완전히 멈추고 텅 빈 수조를 표백제로 박박 닦아내는 그 건조한 순간이야말로, 1인 가구가 실내 농업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가장 완벽한 증명이다. 수명을 다한 늙은 식물을 방치하며 힐링을 운운하지 마라. 제때 죽이고 제때 비워내는 냉혹한 사이클의 반복만이 당신의 1평짜리 방구석 농장을 영원히 돌아가게 만드는 유일한 원동력이다.
📝 니우맘의 노트
며칠 전 집을 비웠다 돌아왔을 때, 양액 농도가 치솟아 잎끝이 까맣게 타들어 간 바질을 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내 스케줄 하나 통제하지 못하면서 무슨 생태계를 지배하겠다고 거드름을 피웠는지 쓴웃음이 나오더군요. 수경재배는 낭만적인 취미가 아니라 내 일상의 게으름과 핑계를 거울처럼 비추는 차가운 과학 장비에 가깝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쓰디쓴 잎을 내고 있는 늙은 로메인을 모조리 뽑아내고, 텅 빈 수조를 세척하며 나만의 작은 계절을 완전히 리셋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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