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플랜테크 12편: 암면의 배신과 양액 배합의 잔혹한 화학 방정식

 

하얀색 십자형 스펀지에 진녹색 녹조가 잔뜩 끼어 뿌리가 질식해 가는 모습과, 그 옆에 깔끔하게 세팅된 시커먼 원예용 발포 스펀지의 극명한 대비

 

하얀 스펀지의 녹조 지옥과 '암면(Rockwool)'이라는 산업 폐기물

수경재배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초보자들의 파종 사진을 보면 십중팔구 뽀얀 '하얀색 십자 스펀지'를 사용하고 있다. 보기에는 깔끔하고 예쁠지 모른다. 하지만 그 하얀 스펀지는 강렬한 LED 조명을 그대로 투과시켜, 내부를 완벽한 광합성 배양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파종 후 일주일만 지나면 그 예쁘던 스펀지는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진녹색의 끈적한 녹조 덩어리로 변모하며, 어린뿌리가 숨을 쉴 수 있는 기공을 완벽하게 틀어막아 식물을 질식사시킨다. 이 참사를 겪고 난 초보자들은 그제야 전문 농가에서 쓴다는 '암면(Rockwool)' 블록에 눈을 돌린다. 이것이 1인 가구가 저지르는 두 번째 최악의 패착이다.

암면은 돌(현무암)을 고온으로 녹여 솜사탕처럼 길게 뽑아낸 일종의 유리섬유다. 수천 평의 거대한 상업용 스마트 팜에서는 완벽한 보수성과 멸균 상태를 자랑하는 최고의 매질이 맞다. 하지만 당신이 거주하는 5평짜리 밀폐된 원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건조한 상태의 암면을 손으로 뜯거나 자를 때 발생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유리섬유 가루들은 환기가 안 되는 방 안을 떠돌다 당신의 폐 속으로 직행한다. 게다가 수확이 끝난 후 썩어 문드러진 뿌리가 박힌 이 돌덩어리는 자연 분해조차 되지 않아 종량제 봉투를 찢어발기는 지독한 불연성 산업 폐기물로 전락한다. 방구석 랩실(Lab)에서 프로 농부의 스케일을 흉내 내려는 알량한 허영심을 당장 버려라.

1인 가구 실내 농업의 가장 완벽한 파종 매질은 빛을 완벽하게 차단해 녹조를 억제하는 '검은색 발포 스펀지'나, 수십 번 끓는 물에 소독해 재사용할 수 있는 무기질 '황토볼(Hydroton)'뿐이다. 환경을 통제할 수 없다면, 버리기 쉽고 인체에 무해한 가장 직관적이고 저렴한 도구로 회귀하는 것이 진정한 실력자의 태도다.

 

투명한 유리잔에 A액과 B액 원액을 동시에 부었을 때, 하얗게 굳어버리며 바닥으로 가라앉는 석고 화합물(침전물)의 끔찍한 화학 반응

 

A액과 B액을 섞어버리는 지능의 문제, '침전(Precipitation)'의 공포

시중에 파는 거의 모든 수경재배용 양액은 반드시 A액과 B액, 두 개의 통으로 철저하게 분리되어 판매된다. 그런데 설명서를 읽기 귀찮아하는 멍청한 초보자들은 "어차피 수조에서 만날 텐데 왜 두 번 일을 하냐"며 조그만 계량컵에 A액 원액과 B액 원액을 한 번에 섞어버리는 경악스러운 짓을 저지른다. 단언컨대, 그 순간 당신이 만든 것은 식물의 밥이 아니라 하수구를 막히게 할 '돌덩어리'다. 수경재배는 철저한 화학 공학이며, 원소들 간의 폭력적인 결합 반응을 무시하는 자에게 자비는 없다.

A액의 핵심 성분인 칼슘 이온과, B액의 주성분인 황산 및 인산 이온은 고농도 상태에서 직접 만나면 미친 듯이 결합하여 황산칼슘(석고)이나 인산칼슘이라는 불용성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유리컵에 하얀 앙금이 눈꽃처럼 내리며 바닥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침전(Precipitation)' 현상이다. 이렇게 굳어버린 찌꺼기는 다시는 물에 녹지 않으며, 식물의 뿌리는 돌로 변해버린 영양분을 절대 흡수할 수 없다. 결국 양액의 밸런스는 완벽하게 붕괴되고, 식물은 칼슘 결핍으로 잎이 타들어가며 참혹하게 아사(餓死)한다.

양액 배합 순서 진행 방식 화학적 결과 및 흡수율
최악의 짓 (하수) 원액 A와 B를 계량컵에 동시 투여 후 섞음 석고화 발생 (불용성 침전), 양분 100% 파괴
어설픈 짓 (중수) 수조에 물을 절반 채우고 A, B를 연달아 부음 국소적 농도 상승으로 인한 미세 침전 발생
완벽한 통제 (고수) 물 100% 확보 ➔ A 투여 후 완벽 교반 ➔ 5분 뒤 B 투여 침전 제로, 완벽한 이온 분리 상태 유지 (흡수율 극대화)

귀찮다는 핑계로 화학의 절대 법칙을 거스르지 마라. 물이라는 거대한 완충 지대를 먼저 완벽하게 세팅한 뒤, A액을 넣고 물 분자 사이사이에 완전히 흩어질 때까지 집요하게 저어주어야 한다. 그 후 B액을 투여해야만 이온들이 서로 결합하지 못하고 안전하게 분리된 채 식물의 뿌리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1분 1초의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는 성급함은 당신의 수조를 거대한 석고 바닥으로 만들 뿐이다.

 

수조의 pH 농도를 맞추기 위해 강산성 pH Downer 용액을 스포이트로 한 방울 떨어뜨리며 엑셀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차갑고 이성적인 세팅 장면

 

pH 조절제와의 무의미한 핑퐁 게임, 완충 용액(Buffer)을 이해하라

식물 생장의 황금 pH 비율이 5.8에서 6.5 사이라는 사실을 주워들은 초보자들은, pH 측정기의 소수점 첫째 자리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기 시작한다. 수조의 pH가 6.8을 가리키면 펄쩍 뛰며 강산성인 'pH 다운제(Downer)'를 들이붓는다. 순식간에 수치는 4.0으로 곤두박질치고, 기겁한 이들은 다시 알칼리성 'pH 업제(Up)'를 타 넣는다. 수조 안에서는 극단적인 산과 염기가 충돌하며 화학적 쇼크가 발생하고, 식물의 뿌리는 이 미친 산성도의 널뛰기 속에서 세포벽이 녹아내리며 처참하게 박살 난다.

당신이 상대하는 '물(H2O)'은 바보가 아니다. 물은 스스로 산성도의 급격한 변화를 막아내려는 저항력, 즉 '완충능(Buffer Capacity)'을 가지고 있다. 양액을 타면 일시적으로 수치가 튀어 오르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면 물 스스로 화학적 균형을 찾으며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띤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반작용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매시간 측정기를 찔러 넣으며 독한 화학 약품을 들이붓는 것은 식물을 고문하는 명백한 학대 행위다.

진정한 고수는 숫자의 미세한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최초 양액 배합 시 pH가 6.5에서 7.0 사이에 머문다면, 억지로 약품을 타서 5.8로 내리려 들지 않고 덤덤하게 뚜껑을 덮는다. 식물의 생육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약간 높은 pH'가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춤을 추는 'pH의 급격한 변동폭'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완충 능력을 믿지 못하고 내 손끝의 통제력만을 맹신하는 그 강박증을 버려야만, 식물은 비로소 화학적 쇼크에서 벗어나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다.

📝 니우맘의 노트

과거 pH 5.8이라는 완벽한 숫자를 화면에 띄워보겠다고, 맨손으로 강산성 다운제 원액을 만지다 손가락 끝이 하얗게 타들어 갔던 아찔한 기억이 납니다. 수치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때, 정작 수조 속 바질의 뿌리는 내 강박이 만들어낸 화학 약품의 폭탄 속에서 질식해 가고 있었죠. 생명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때로는 0.1단위의 정확성보다, 약간의 오차를 묵인하고 며칠을 조용히 지켜볼 줄 아는 그 무심한 기다림이 훨씬 더 강력한 기술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양액을 배합할 때는 컵이 아닌 거대한 물의 포용력을 믿으며 한 박자 느리게 교반기를 돌려야겠습니다.

댓글 쓰기

0 댓글

신고하기

프로필

이 블로그 검색

태그

이미지alt태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