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플랜테크 9편: 공기 정화의 새빨간 거짓말과 상추 한 장의 지독한 경제학

비염을 고쳐보겠다며 원룸을 나사(NASA)가 추천했다는 공기 정화 식물들로 꽉 채웠던 20대 후반의 어느 날,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코피를 쏟았다. 잎사귀들이 뿜어내는 정체불명의 포자와, 수조에서 증발한 과도한 습기가 벽지에 시커먼 곰팡이를 피워내며 내 호흡기를 박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마스크를 사는 대신 화원에 가서 수경재배기를 기웃거린다. 그리고 식비 폭등 뉴스가 나오면 베란다에 상추 씨앗을 뿌리며 가계부를 방어하려 든다. 단언컨대, 이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실내 농업에 뛰어든다면 당신은 한 달 안에 식물과 지갑, 그리고 건강까지 모두 시궁창에 처박게 될 것이다.

벽지에 시커먼 곰팡이가 슬어 있는 좁은 원룸 한구석, 그 앞에 무의미하게 놓여 있는 대형 아레카야자 수경 화분과 고성능 공기청정기의 대비

'NASA 공기 정화 식물'이라는 거대한 마케팅 사기극

화원이나 식물 재배기 업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NASA(미 항공우주국) 공기 정화 식물 연구'의 실체를 알면 실소가 터져 나온다. 그 실험은 완벽하게 밀폐된 우주선이라는 극단적인 진공상태를 가정한 챔버 안에서 이루어졌다. 문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어오고, 하루에도 수차례 현관문을 여닫으며, 주방에서 가스레인지를 켜고 삼겹살을 굽는 당신의 5평짜리 원룸과는 아예 전제 조건 자체가 다르다.

과학적 팩트를 들이밀자면, 1인 가구의 좁은 방 하나를 식물의 호흡만으로 유의미하게 정화하려면 방바닥 전체를 흙이나 수조로 덮고 최소 300개 이상의 거대한 식물을 밀식해야만 한다. 고작 책상 위에 올려둔 손바닥만 한 스킨답서스 수경 화분 하나가 당신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와 외부에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를 걸러줄 것이라 믿는가? 그것은 태평양에 정수기 필터 하나를 던져놓고 바닷물이 민물이 되기를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처참한 지능의 문제다.

공기를 정화하고 싶다면 식물 영양제를 살 돈으로 당장 10만 원짜리 헤파필터 공기청정기를 사서 최고 출력으로 돌려라. 식물의 기공이 하루 종일 걸러내는 미세먼지의 양은 공기청정기가 단 3초 동안 흡입하는 양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경재배는 공기를 정화하는 기계가 아니라, 오히려 당신이 24시간 환풍기를 돌려가며 맑은 공기를 '바쳐야만' 간신히 생존하는 연약하고 이기적인 유기체다. 자연주의라는 달콤한 마케팅 용어에 속아 방 안의 습도를 미친 듯이 올려 곰팡이를 배양하는 자해 행위를 멈춰라.

정밀한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빼곡하게 기록된 전기세, 양액 값, 장비 감가상각비 계산표와 그 위에 초라하게 놓인 직접 키운 상추 세 장

상추 한 포기 7천 원,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독한 가성비의 민낯

"직접 키워 먹으니 마트 갈 돈 굳어서 좋지?" 수경재배를 한다고 할 때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 질문은 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나는 5년간 철저하게 데스 로그(Death Log)와 비용을 추적해 왔다. 결과는 참혹하다. 당신이 방구석에서 한 달 동안 키워낸 상추 한 포기의 진짜 원가는 마트에서 파는 유기농 상추의 세 배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초보자들은 오직 '씨앗값 천 원'만 계산기에 넣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한다.

실내 농업의 숨겨진 비용 청구서는 다음과 같이 무자비하게 날아온다.

비용 항목 숨겨진 진실 (1사이클/2개월 기준) 기회비용 환산
전기세 (LED+펌프+팬) 200W 조명 14시간 가동, 누진세 구간 돌파 월 최소 15,000원 ~ 30,000원 증가
소모품 (양액, 스펀지, 암면) 싸구려 비료 사용 시 전멸, 고순도 화학 양액 필수 주기적 교체 비용 10,000원 이상
장비 감가상각비 LED 수명 저하, 펌프 고장, 수조 오염 폐기 초기 세팅비 20만 원의 빠른 증발
나의 시급 (노동력) 매일 pH 측정, 주말 수조 락스 세척 (월 10시간) 최저시급 환산 시 100,000원 이상 증발

가장 뼈아픈 것은 당신의 '노동력'이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수조에 낀 녹조를 칫솔로 박박 문질러 닦는 그 끔찍한 시간은 왜 비용에 포함하지 않는가? 1평 남짓한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논리(가성비)로 식물을 대하는 순간, 플랜테크는 세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최저임금 미달의 막노동으로 전락한다. 상추가 먹고 싶다면 대형 마트의 서늘한 채소 코너로 달려가 2천 원을 내고 남이 완벽하게 키워낸 결과물을 사 먹어라. 실내 수경재배는 돈을 아끼기 위한 생계형 부업이 아니라,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태워가며 생명의 통제권을 쥐어보는 '극도로 사치스러운 취미'임을 뼈저리게 인정해야 한다.

중고 마켓의 플라스틱 묘비들, 진짜 실력은 '빠른 포기'에 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수경재배기'를 검색해 보라. "선물 받았는데 한 번 쓰고 팝니다", "씨앗 한 번 심어보고 공간만 차지해서 내놓습니다"라는 구차한 변명들이 꼬리표처럼 붙은 수십만 원짜리 스마트 팜 기기들이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나는 이 게시글들을 실내 농업의 참혹한 패배를 알리는 '플라스틱 묘비'라고 부른다. 화려한 광고에 속아 기계를 들이고, 지독한 녹조와 뿌리 파리의 습격을 견디지 못한 채 락스 세척이라는 노동 앞에서 백기를 든 1인 가구들의 처절한 항복 선언문인 셈이다.

하지만 나는 역설적으로 이 '빠른 포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수경재배가 내 삶의 리듬을 박살 내고 공간을 침해한다고 판단되었을 때, 미련 없이 물을 빼고 기계를 중고로 넘겨버리는 결단력이야말로 플랜테크에서 배울 수 있는 최고의 철학이다. 가장 멍청한 부류는 기계가 아까워 썩어가는 물을 반년 넘게 방치하며 방 안을 모기 서식지로 만드는 자들이다.

플랜테크는 실패를 디폴트 값으로 깔고 가는 가혹한 시스템이다. 한 번의 실패 후, 원인을 분석해 수조를 다시 멸균하고 새로운 씨앗을 투입할 독기가 없다면 당장 코드를 뽑아라.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 애초에 실내라는 척박한 환경이 생명을 품기에 얼마나 부적합한지 증명된 자연의 순리일 뿐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텅 빈 방의 여백을 되찾는 것, 때로는 그 냉혹한 철수가 썩은 상추 몇 포기를 얻는 것보다 당신의 삶을 훨씬 더 쾌적하게 정화해 준다.

📝 니우맘의 노트

오늘 책상에 앉아 지난달의 전기세 고지서와 양액 구매 영수증을 맞춰보며, 내가 키워낸 상추 한 장의 원가가 최고급 한우 한 점의 가격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지독한 마이너스 수익률 앞에서도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 양액의 pH를 5.8로 맞추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합니다. 결국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이 짓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내 손끝의 통제에 반응해 주는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 기꺼이 자릿세를 내고 있었나 봅니다. 가성비라는 핑계를 완전히 내려놓으니, 오늘 밤 윙윙거리는 펌프 소리가 유난히 더 무겁고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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