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집사'라는 기괴한 의인화가 부르는 정신적 파국
최근 몇 년 사이 1인 가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식집사(식물+집사)'라는 호칭을 들을 때마다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괴함을 느낀다.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독립적인 자아와 감정을 가진 생명체에게나 붙일 법한 '집사'라는 수식어를, 신경계조차 존재하지 않는 식물에게 가져다 붙이는 이 지독한 의인화는 철저한 정신적 도피처에 불과하다. 5년 전의 나 역시 퇴근 후 텅 빈 방의 적막이 두려워 바질 잎사귀를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놓는 미친 짓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이름을 지어 부른들, 양액의 pH가 7.0을 넘어가는 순간 그 녀석들은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잎을 검게 떨구며 썩어 들어갔다. 식물은 당신의 위로에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오직 당신이 주입한 데이터(빛, 물, 온도)에 물리 화학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식물에게 감정을 투영하는 순간, 플랜테크는 치명적인 오류의 늪에 빠진다. 잎이 마르는 것을 '녀석이 아프다'며 불쌍해하고, 과감하게 잘라내야 할 썩은 뿌리를 '살려보겠다'며 방치하는 그 알량한 온정주의가 전체 수조의 수질을 오염시키고 다른 건강한 개체들까지 몰살시키는 주범이다. 당신은 1평 남짓한 방구석 공장의 냉혹한 '시설 관리자'이지, 식물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보모가 아니다. 식물을 반려(Companion)의 위치로 격상시켜 나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는 허영심을 철저하게 부숴버려라. 식물이 죽었을 때 슬퍼하고 우울감에 빠지는 대신, 엑셀을 켜고 조명 거리와 EC(전기전도도) 수치 중 무엇이 엇나갔는지 오차를 색출해 내는 차가운 기계가 되어야만 이 지독한 취미를 온전히 지속할 수 있다.
무균실의 환상 붕괴: 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포식자와의 패배
수경재배는 흙을 배제하기 때문에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은, 플랜테크 장비 업체들이 초보자들을 낚기 위해 뿌려대는 가장 악랄한 거짓말 중 하나다. 흙에서 딸려 오는 뿌리파리나 톡토기가 없을 뿐, 인간의 옷깃에 묻어오거나 미세한 방충망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공중 강습 부대 앞에서는 수경재배기도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한다. 나는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락스 살균을 생활화하며 내 원룸을 완벽한 무균 랩실(Lab)이라 맹신했다. 그러나 어느 여름날, 상추 잎맥을 따라 은백색의 흉터가 번지기 시작하더니 단 3일 만에 수십 포기의 잎이 종잇장처럼 말라 비틀어졌다. 돋보기를 들이대고 나서야 1mm도 안 되는 노란색 '총채벌레' 수백 마리가 잎의 즙액을 게걸스럽게 빨아먹고 있는 참상을 목격했다.
자연 상태의 노지였다면 무당벌레나 거미 같은 천적들이 포식 사슬을 형성해 개체 수를 조절했겠지만, 밀폐된 1인 가구의 방 안에는 해충을 견제할 그 어떤 생태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천적이 없는 쾌적한 25도의 실내와 무한정 공급되는 부드러운 잎사귀는 해충들에게 완벽한 낙원이다. 이때 초보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약국에서 화학 농약을 사다 방 안에 뿌리는 것이다.
| 해충 방제 방식 | 실내 적용 결과 | 인체 및 환경 위험도 |
|---|---|---|
| 화학 농약(살충제) 살포 | 밀폐 공간 내 독성 가스 체류, 해충 내성 발현 | 극도로 위험 (거주자 호흡기 직격) |
| 친환경 약제(난황유/오일류) | 기공을 막아 식물 질식, 수조 양액 오염 및 부패 | 보통 (수경 시스템 파괴 리스크 높음) |
| 천적 곤충 투입 | 방 안에 수백 마리의 육식 벌레를 풀어놓는 끔찍함 | 거주 불가능 (인간의 일상생활 포기) |
| 완전 폐기 및 시스템 리셋 | 해충의 먹이사슬 자체를 물리적으로 소멸시킴 | 가장 안전함 (유일한 100% 방어책) |
5평짜리 좁은 방 안에서 독한 살충제를 분사하는 것은 내 폐를 담보로 벌레와 동반 자살을 하겠다는 것과 같다. 미세 해충이 창궐했다면, 그 잎사귀를 하나하나 닦아내며 살려보겠다는 미련한 짓은 당장 집어치워라. 해충의 존재를 확인한 그 즉시, 아깝다는 생각을 지우고 전체 작물을 쓰레기봉투에 처넣은 뒤 락스로 수조를 엎어버리는 '완전한 소멸(Reset)'만이 실내 생태계를 재건하는 유일한 해답이다.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하다는 자연의 폭력성을 겸허히 인정하고, 언제든 스위치를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추는 것이 진정한 고수의 품격이다.
식물은 자연이 아니라 '생물학적 알고리즘(Biological Algorithm)'이다
플랜테크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식물이라는 존재가 더 이상 신비로운 자연의 경이로움으로 보이지 않는다. 수천 번의 실패와 수질 데이터를 깎아내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식물은 철저하게 입력(Input)에 따라 출력(Output)을 반환하는 정교한 '생물학적 알고리즘' 덩어리다. 빛의 입자(광자) 수량, 질소와 인산의 ppm 농도,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포화도라는 변수값들을 입력하면, 식물은 자신의 DNA에 프로그래밍 된 연산식에 따라 '세포 분열'이라는 결과물을 모니터 화면처럼 출력해 낼 뿐이다.
이 차갑고 기계적인 진리를 수용하는 순간, 방구석의 수경재배는 엄청난 자유와 해방감을 선사한다. 우리는 더 이상 물을 언제 주어야 할지 고민하며 식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 광주기의 프로그래밍: 자연의 불규칙한 태양 대신, 스마트 플러그를 이용해 정확히 14시간 30분 동안 LED의 광자를 때려 넣고 9시간 30분의 암기(수면)를 강제 코드화 한다.
- 양액의 삼투압 공식: 생육 초기에는 EC 1.2로 설정하여 수분 흡수를 극대화하고, 수확기에는 EC 2.0으로 올려 질소를 강제로 밀어 넣는 화학적 펌핑을 실행한다.
- 기공의 강제 개방: 서큘레이터의 풍속을 조절하여 잎 표면의 상대습도를 60% 이하로 깨부수고, 기공이 닫히지 못하게 만들어 끊임없이 증산작용을 루프(Loop) 시킨다.
자연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며 거품을 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멘트 벽으로 사방이 막힌 1인 가구의 방 안에서 자연의 순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이미 거대한 모순이다. 흙을 밟지 못하는 좁은 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존중은, 철저한 통제와 계산을 통해 식물이 가진 생물학적 한계치를 최고점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뿐이다. 위로를 바라는 감성적인 '식집사'의 허울을 벗어던져라. 그리고 스위치와 센서로 1평짜리 생태계를 완벽하게 지배하는 서늘한 '매트릭스(Matrix)의 설계자'로 거듭나라. 그것이 1인 가구 플랜테크가 도달해야 할 가장 완벽하고 궁극적인 진화의 형태다.
📝 니우맘의 노트
장장 10편에 걸쳐 실내 수경재배의 낭만을 가차 없이 부수고 찢어발겼습니다. 수많은 실패의 밤, 벌레가 끓는 수조를 변기에 쏟아버리며 내뱉었던 욕설과 자괴감들이 이 독한 글들의 자양분이 되었네요. 식물에게서 얄팍한 위로를 구하려던 과거의 나를 완전히 부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이 작은 초록색 기계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공존하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밤, 어김없이 자정 정각에 맞춰 '딸깍' 소리와 함께 꺼지는 LED 조명의 무심한 침묵 속에서, 나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평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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